한일 그래픽디자인 50년의 역사를 한 자리서 되짚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는 한일 수교 50주년 기념 전시 ‘교, 향’이다.

1965년부터 양국의 디자이너들이 작업한 포스터, 책표지, 기업 이미지(CI), 영상, 인포그래픽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전시에 참여한 디자이너는 한국 59개팀, 일본 53개팀이다. 크게 한일 1세대 디자이너들의 작품과 1990년대 이후 젊은 디자이너들의 작품으로 구분됐다. 일본의 1세대 디자이너로는 1964년 도쿄 올림픽 포스터를 디자인한 가메쿠라 유사쿠(1915~97)와 동아시아적 책표지 디자인을 추구한 스기우라 고헤이(83) 등이 소개됐다. 이상철(71)이 표지를 디자인한 월간지‘샘이깊은물’이나 ‘뿌리깊은 나무’, 안상수(63)가 1980년대 말 ‘신세대 한글 타이포그래피’를 표방하며 내놓은 월간지‘보고서/보고서’ 등은 일본 디자인에 영향을 받은 한국 1세대 디자인 작품으로 꼽을 수 있다. 1983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를 디자인한 김현(66) 디자인파크 대표는 “1965년 디자인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 한국에 이렇다 할 디자인 전문 서적이 없어 일본의 ‘아이디어’라는 잡지를 돌려본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30~40대 젊은 디자이너들의 작품에선 보다 진보적인 디자인이 엿보인다. 정치적인 실천을 추구하는 디자이너 그룹 ‘일상의 실천’은 녹색연합의 4대강 사업 연구보고서 ‘그곳에 강이 살고 있었네’와 세월호 참사를 되새기는 포스터 ‘그런 배를 탔다는 이유로 죽어야 할 사람은 없다’를 작업했다. 출판사와 디자인 스튜디오를 동시에 운영하는 ‘워크룸’은 문학 총서 ‘제안들’에서 강렬한 색상과 단순한 디자인을 조합한 책표지를 선보인다. 귀여운 땅콩 모양 몬스터 캐릭터로 인기를 끌고 있는 잇는 영상 디자인 스튜디오 ‘스티키몬스터랩’의 짧은 소개영상도 볼 수 있다.

전시의 기획의도는 한일 양국 디자인의 밀접한 관계를 보여주려는 것이었지만 양국 디자이너들의 협업 사례는 많지 않았다. 전시를 기획한 김경균 한국예술종합학교 디자인과 교수는 “과거 한국에게 일본 디자인은 극복의 대상 같은 것이었지만, 지금 한국과 일본 디자인은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다”고 말했다. 10월 18일까지. (02)3701-9500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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